2010년 휴가 총정리...
2010년 휴가를 정리해본다. 출발은 07월 31일날 했다.
점심경에 느즈막히 출발해서 저녁 즈음 속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음식점도 많고 모텔, 여관도 많고
어쩌다가 2만원짜리 민박을 하게 되었다. TV도 없어서 가져간 책을 좀 읽을 수 있었다. 여행 중 책을 읽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속리산, 계룡산 모두 마찬가지였지만 속리산은 입장료 3000원, 계룡산은 2000원을 내야 되는
우라질같은 경우를 봤다는 거다. 속리산은 법주사에서 출발했고 계룡산은 동학사라는 절을 시발점으로 택한 것이
잘못이다. 그러니까 사찰 구경을 안 해도 여기서 산을 탈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사찰 입장료를 지불해야 된다는 거다.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다. 절 구경을 안 하는데 왜 절 입장료를 내고 산을 타야 되는가, 정말 불합리한 경우라서
굉장히 기분이 나빠졌지만 하늘과 바다같은 심성으로 참고 또 참으려 인내를 가졌다.
속리산은 국내 국립공원 산 중 6번째로 지정된 만큼 그 역사가 길어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계룡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역시 산 정상에도 궂은 날씨임에도 사람들이 좀 더 많았다. 가장 일반적 코스는 법주사에서 출발 문장대를 거쳐 정상인
천왕봉에 오르고 이후 다시 법주사로 내려오는 코스일 거다. 개인적으로 경치는 문장대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코스가 가장 좋았다.
수려하기도 하고 속리산에 가는 사람이라면 문장대 - 천왕봉을 꼭 걸어보라고 권한다.
혼자가는 여행이 가장 불편한 건 사진 찍기다. 표정관리도 잘 안 되고 일일이 부탁하기도 귀찮고 거시기하고 그래서 여행 중
내 사진은 거의 없다. 정말 그 점이 아쉽다. 또 한 가지는 밥 먹기다. 이런 행락철에는 많은 이들이 쌍쌍이나 친구들하고
같이 오는데 나 같이 홀로 가는 사람들은 밥 먹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대략 3일동안 제대로 된 식사는 딱 2끼만
먹었다. 9끼 중 2끼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그냥 빵이나 기타 다른 것들로 채웠다. 특히 계룡산에서는
전부 오리고기, 소고기 집 밖에 없어서 도대체 혼자서 먹을 만한 식당이 없더란 말이다. 학을 떼겠더만,
모텔에 들어갔는데 말이다. 4만원 하더라, 와~ 생각보다 싸서 매우 좋았는데 또 웃기는 일은 콘돔을 무려 3개씩이나 주고
여성청결제를 주더란 말이다. 그냥 웃어넘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3개씩이나 주면 하룻밤에 사람 잡으란 말인가,
하루에 3개를 어떻게 다 쓰냐, 얼반 사람 죽이는 거지, 여사장님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없는 거 같다. ㅋㅋㅋ
속리산에서 한참을 걷고 그 다음날 다시 계룡산에서 한참 걷고 다리가 띵띵하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다리에 몰린 피로가
생각보다 더 하다. 아무리 해발고도가 낮아도 연속 이틀 산 정상을 오른다는 건 이제 무리가 오는 거 같다.
이번 산행으로 주왕산부터 시작된 나의 산 정복은 치악산, 소백산, 월악산, 가야산, 설악산, 속리산, 계룡산 총 8곳의
산을 밟았고 정리해보니 오대산, 북한산, 내장산, 지리산, 덕유산, 월출산, 한라산 7곳만 남게 되었다.
지리적인 특성상 연속 이틀 산 정복을 할 기회는 없는데 어쨌거나 이번 산행도 무사히 잘 마쳐서 대단히 감사,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누군가가 산에 왜 올라가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건 간단하다. 그저 젊었을 때 많은 걸 경험하고 느껴보고 늙어서 그걸 다시 회상해보고 싶다고...
산 정복이 다 끝나면 또다시 뭔가를 찾아내겠지., 그 뭔가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겠지...
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