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한마당

내 비록 한없이 나약하다 할지라도...

평양의수족관 2010. 3. 2. 23:00

난 오늘 굉장히 창피스럽고 수치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내 분에 못 이겨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분노라기 보단 회사를 그만둘 생각에 부모님 생각이 들어서 그만 울컥하고야 만 것이다. 부모라는 존재가 나를 강하게

 

만들면서도 또다른 면으론 한없이 나를 나약하게 만든다. 내가 어떤 수난을 당하더라도 부모님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데 그 책임감을 지켜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만 가슴에서 통탄의 한이 맺혀버린 것이다.

 

창피하고 바보스럽다는 그런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냥 울음이 터져버린 거다.

 

괜시리 분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참 세상살이가 더럽고 아니꼽고 치사하고 한마디로 엿같다.

 

그런 엿같은 세상을 살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 거라고 지랄맞게 사는지 모르겠다. 살아갈 수밖에 없어서 살아간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파고든다. 누구를 탓하랴, 나 자신을 탓하리오,

 

한계점까지 다다랐지만 그래도 출근은 계속된다. 왜냐하면 난 우리 부모님을 지켜야 하니까,

 

이직을 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부모 가슴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차라리 내가 견디는 게 나은 거다.

 

퇴근을 하면서 한번 생각을 해봤다. 진정한 남자의 자격이 무엇인가?

 

내 자존심을 세우고 꼿꼿하게 잘난 척하면서 화끈하게 때려치우는 게 남자인가,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 어떤 일이라도

 

참고 견디며 부모에 대한 의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남자인가 말이다.

 

결국 난 후자를 선택했고 앞으로도 꿋꿋하게 참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나 영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가는 거다. 솔직히 헷갈리기도 한다. 다음에 또 이런 경우가 생기면 어쩔텐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슴 펴고 박차고 나오는 것이 멋진 남자인가, 책임과 안녕을 위해 견디는 게 진짜 남자인가,

 

과연 남자의 자격은 어떤 것이냐 말이다. 남자의 자격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