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기록들

하루에 영화 5편 보기 (2019.10.03)

평양의수족관 2019. 10. 5. 02:42

대략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떻게 하다보니 하루에 5편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계획을 세워서 그렇게 한 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전혀 없었고 전부 단관시절이라 한 극장에서 한 편의


영화만을 상영했었다. 3류 극장으로 내려오면 동시상영이라고 해서 영화를 두 편 상영해주던 시절이었다.


멀티플렉스가 최초로 들어선 시점이 1998년이었는데 서울 강변 CGV 이후 영화관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게 되었고 단관극장들은 복합상영관으로 변신을 해보지만


결국 체인점으로 흡수되면서 역시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 번은 꼭 새롭게 정리를 해야겠다고 여겼었다. 분명히 하루에 5편의 영화를 봤었는데 정확히 언제였는지


어떤 영화를 봤었는지 전혀 기록에 남아있질 않아서 명확히 재정리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2019년 10월 03일 개천절 난 마음속 담아두고 있었던 지난날 기록되지 못했던 '하루에 영화 5편 보기'


목표를 결국 달성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덴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다.


난 목표 달성하기 전날 10월 02일에 '가장 보통의 연애' 라는 영화를 휴대폰으로 예매를 했었는데 티켓 값이


무려 12,000원이나 했다. 4번째 영화였었고 롯데시네마 광복에서 볼 영화였다. 영화 티켓 비용으로 12,000원을


지불한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고 지나치게 비싸다고 여겼지만 만약 이 영화 예매를 안 하면 낭패를 볼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5편의 영화 중 유일하게 이 영화만 미리 예매를 한 것이었다.


그리고 10월 03일이 되었다. 전날에 늦게 잔 탓에 무척 피곤했고 무의식중에 알람을 off 시킨 모양이다. 눈을 떴을 땐


오전 07시 3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 시간엔 슬슬 집에서 나갈 시간인데 그 때서야 잠에서 깬 거다.


순간적으로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4번째 볼 영화를 무려 12,000원이나 예매를 했기 때문에 돈이 아까워서라도


일단 영화보러 가자고 해서 후다닥 바로 일어나서 씻고 출발했다. 정말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바로 씻고 출발한 거다.


지금와서 생각하지만 만약 '가장 보통의 연애' 라는 영화를 예매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난 목표를 향한 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했을 수도 있었다. 얼마되지 않은 12,000원이지만 그 돈이 아까워서 무조건 출발부터 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순조롭게 영화를 봤고 5번째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밤 11시 45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 도전 과제엔 두 가지 지켜져야 할 단서를 달았다.


첫째는 한 영화관에서 한 편의 영화만을 볼 것, 둘째는 마지막 5번째 영화를 보고 끝난 시점이 밤 12시 자정을 넘지 말 것,


두 가지 조건을 달았고 난 충실하게 잘 지켰다. 시간표 닺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이동시간을 감안하고 나름 비교분석하고


고민끝에 아래와 같은 순서로 영화를 봤다.


1. 조커 (CGV 하단 아트몰링, 08:50)

2. 양자물리학 (메가박스 부산극장, 12:00)

3. 퍼펙트맨 (롯데시네마 대영, 14:30)

4. 가장 보통의 연애 (롯데시네마 광복, 17:40)

5. 장사리 (CGV 서면, 21:50)


심야버스 타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01시 30분쯤 되었고 오전 07시 30분부터 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정말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걸음걸이가 10,000보를 넘었으니 제법 많이 걸어다닌 모양이다. 목표달성 분명하게 명확히 달성했고 뿌듯하기도 하다.


쓸데없는 일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쓸데있는 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을 바꾸고 뭔가를 창조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격증이나 증명서를 취득하고 이런 것만이 쓸데있는 일이라면 이 세상은


단색의 빛깔만 존재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빛깔만 있는 게 아니고 빨간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고 오렌지색도 있고


많은 색깔과 빛깔이 존재하지 않은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건 절대 쓸데없는 일이 아닌거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기억이 저장되고 그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드는 반복의 패턴이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어가면서 만든 이 목표는 나중에 빙그레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는 기억에 남을 에피소가 될 것 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