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기록들

영화감상문 1000편 쓰기 (1994.05.28 ~ 2007.06.05)

평양의수족관 2012. 5. 9. 21:55

내가 누군가에게 나의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 반드시 하는 얘기가 두 가지가 있다. 영화감상문과 일기 두 가지를 말한다.

 

밑의 글은 당시 내가 적었던 내 느낌을 조금 요약해서 다시 적어본 것이다.

 

 

 

 

13년 간에 걸친 영화감상문 1000편 쓰기를 마무리 지었다. 공식적으로 2007년 06월 05일 새벽 02시 45분

 

난 '반지의 제왕3 : The Return of the King을 끝으로 총 1000편의 영화감상문을 마무리 지었다. 이것은 말이다.

 

내 인생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프로젝트였고 스스로는 대단한 기록이라고 자부한다.

 

지금보다 한참 더 젊었을 때의 난 영화를 무척 좋아했었고 그래서 좀 더 체졔적으로 어떤 의미를 만들어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그 끝은 결코 창대하지는 않을지라고 미약하지도 않은 것이었다.

 

사실 어느 시점에서는 많이 지치고 글을 쓴다는 게 무척 피로하고 고단하게만 느껴졌다. 영화를 보는 것도

 

예전만큼 열정적이지 못했고 뭐랄까 하나의 의무감, 책임감이 나를 이끌어온 것이었다.

 

난 이제 1000편을 끝으로 더 이상 감상문을 적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더 이상의 의미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다.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각인이 되었고 기록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는다. 내 노력과 열정과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어떤 감상문은 유치하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또 어떤 것들은 정말 멋지게 잘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젠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가슴에 새겨둘련다. 그리고 13년 간의 대장정을 마친다...

 

 

 

 

초창기엔 비디오, 나중엔 DVD, 이후엔 p2p를 이용해서 많은 영화를 다운받아서 봤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화를 보는 방법도 달라진 거다.

 

위에 적은 대로 1000편의 감상문을 적은 이후엔 전혀 감상문을 적지 않았다. 약속을 지킨 건가?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감상문에 얽매이지

 

않고 편안하게 영화를 봤다고 치자, 그것이 정답일 거다.

 

가끔씩 말이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감상문을 보면서 예전의 느낌을 회상해보는데 뭐랄까 그저 멍한 상념에 잠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열이나 열정, 1000편을 쓰기 위한 노력보다는 내가 그랬었구나 그렇게 했었구나 하는 상념에 휩싸일 뿐이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먹먹함이 드는 이유가 이미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가 아닐런지, 왜 나이 많은 노인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할 때 보이는 그런 표정 있잖아, 거기서 우리가 열정을 느끼지는 못하지, 아쉬움, 고독감, 먹먹함 그런 걸 더 많이 느끼지 않은가,

 

나의 영화 열정은 이미 식은지 오래지만 어쩌면 마음속 어딘가엔 그런 불꽃이 조금은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잖아.

 

하루에 영화 5편 보기, 같은 영화 극장에서 5번 보기, 한 달 영화 40편 보기, 1년에 감상문 200편 쓰기, 그리고 마지막 1000편의 감상문 쓰기

 

나의 영화 에피소드는 이렇게 진보되어왔고 그 진보의 정점은 1000편의 감상문 쓰기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