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중앙일보에 굉장히 인상깊은 기사를 봤다. 주인공은 2006년 미국 CBS의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 (survivor) 에 출연해서 100만 달러를 거머쥔 동양인 최초의 우승자 권 율의 이야기였다.
이 양반이 자서전을 낸 모양인데 겸사겸사 기사가 같이 난 거다. 하버드 대학교, 스탠포드 대학교
동시 합격에다가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그야말로 엄친아 중의 엄친아,
그런데 권 율의 어렸을적 이야기가 기사에 조금 나왔는데 루저였단다. 따돌림을 당할까봐 앞도 제대로
못 보고 다녔다고 하고 소심하고 바보같은 그런 아이였다. 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형의 친구가 자살한 사건이었다는데
그걸 보고 자신도 결국 그런 비참한 말로를 맞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새로운 삶을 살자는 생각이 싹텄단다.
수업 5분 내 반드시 손을 들어서 질문을 하고 무엇이든 앞장서는 당당하고 진취적인 기상이 그를 일으켜 세웠다고 회고한다.
인생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첫 번째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고 두 번째가 무언가 자신에게 있어
흥미로운 일을 하는 거고 대략 다섯 번째쯤이 돈을 버는 거라고 명쾌하게 얘기한다.
그렇다. 이런 사람처럼 가장 원론적이면서도 인간의 삶에 있어서 원초적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는 그런 신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신념은 있다. 난 이런 사람처럼 학벌도 좋지 못하고 멋진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고 배경이 든든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그저 서민중의 서민이다. 어쩌면 서민층에도 제대로 못 끼는 거란 말이다.
내가 마음속에 언제나 다짐한 것이지만 잘하는 특기를 하나만이라도 만들어서 그걸 갈고 닦자는 것이었다. 어차피 현재의 내 상황에선
모든 것을 잘할 수도 없고 하나라도 잘하기가 어렵다. 내가 영어를 공부하는 것도 잘하는 것 한 가지를 만들어 보자는 신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난 영어독해를 잘하는 것에서 내 삶에서 가장 큰 비중과 가치를 느낀다. 그 이유는 말을 할 대상자가 없기 때문에 스피킹도 연습하기 어렵고
외국에 나갈 일이 없기 때문에 리스닝을 할 필요도 없고 영작문을 할 어떤 이유도 없다. 하지만 영어독해는 신문도 있고 잡지도 있고
독서도 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지 활용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독해 하나만이라도 잘하자는 그런 마음을 오래전부터 가졌었다.
영어독서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영어독해를 잘하기 위해서였다. 영어 문장을 많이 접해야 독해를 잘하는 건 가장 기본이 아니던가.
그것 때문에 단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이것 조차도 무척이나 어렵고 고단하기만 하다.
꾸준하게 잘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저 고개가 숙여진단 말이다. 당신 삶에서 가장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일을 꾸준히 못 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라고 물으면 역시 고개가 숙여지는 현실이 그저 내 가슴을 아프게만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영어 원서가 딱 14권이다. 물론 그동안 신문도 읽고 잡지도 읽고 했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가 겨우 영어독서 14권이란 말이다.
좀 더 당당히 자신있게 얘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확신이 생기는 거다.
확신이 없는 신념은 그만큼 빛을 잃는 것이 아닌가, 영어독해를 한글만큼 자연스럽게 하겠다는 확신이 없는 신념은 아무래도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비록 나의 성과는 미미하고 그저 작기만 하지만 그래도 나의 신념엔 변화가 없다.
누가 나에게 당신의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 뭐냐고 물으면 난 당당히 영어독해를 잘 해서 한글만큼 자연스럽게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겠다.그리고 이것은 내가 잘하는 유일한 것이라고 명쾌해게 대답하겠다.
과연 그런 질문을 던지는 당신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가치있는 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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