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천녀유혼 (A Chinese Ghost Story, 2011)

평양의수족관 2011. 5. 22. 03:07

 

 

 

엽위신 감독은 그동안 살파랑, 용호문, 도화선, 엽문 등의 매우 준수한 영화을 선보였었다.

 

살파랑의 비장미 넘치는 액션과 용호문의 전반적인 호쾌함, 도화선의 강력한 액션과  엽문의 절제된 액션과 드라마는

 

그를 최고의 감독으로 치켜세워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사실 천녀유혼을 기대했던 건 과연 전작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었지만 사실은 그동안 엽위신 감독의 행보를 봤을 때 얼마나 멋진 작품이 나올런지가 더 관건이었다.

 

이 영화의 액션은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지루함이 없이 액션이 자주 이어지고 눈이 즐거워진다.

 

근데 다들 아시다시피 천녀유혼의 메인은 액션이 아니고 남자와 여자의 애절하고도 가슴 시린 사랑이다.

 

장국영과 왕조현의 슬프고 가슴 저미는 엔딩은 시간과 세대를 초월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일단 천녀유혼 2011은 장국영, 왕조현의 1987년 작품과 다른 선상에서 출발한다. 전작이 영채신, 섭소천 둘 만의 사랑이야기라면

 

이번 신버전은 영채신(여소군), 섭소천(유역비), 연적하(고천락)의 삼각관계가 틀을 이루고 있으므로 전작과는 다른 라인인 셈이다.

 

1987년 작품과 차별화를 둔 것은 나름 가상하지만 이미 천녀유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연상했을 때 삼각관계는 가당치도 않다.

 

그렇게 차별화를 원했다면 천녀유혼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말았어야 할 것이거늘,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서로 맞물린다.

 

유역비는 생각보다 이쁘다. 특히 겹겹이 걸쳐진 쌍꺼풀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진에서는 잘 표현이 안 되어있는데 막상 영화로 보면

 

그녀의 미모는 사진에서 보지 못한 강렬함이 있다. 일단 그녀는 합격점이다. 연적하 역할의 고천락도 나쁘지 않다.

 

나름 남성미가 느껴지고 섭소천을 향한 그의 일편단심은 매우 인상적이다. 역시 고천락의 캐스팅도 성공적이라 본다.

 

이번 영화에서 영채신 역의 여소군을 씹지 않을 수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영화를 갉아먹는 좀비임이 틀림없다.

 

어리버리하고 고등학생 같은 그의 얼굴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어떻게 저런 애를 캐스팅했는지 여소군은 이번 영화에서

 

완전 대재앙이다. 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냐? 제발 좀 꺼져 주삼...

 

천녀유혼 2011은 감독 엽위신의 행보에 적지 않은 결점을 안겨준 영화다. 액션은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미스 캐스팅에서 비롯된

 

어울리지 않은 배역은 대단히 불만스러웠고 더군다나 삼각관계는 기존의 천녀유혼에서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망치고 말았다.

 

그리고 삼각관계도 제대로 정리도 안 된채 부랴부랴 마무리를 짓는 어설픔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정 안 되면 섭소천과 연적하의 사랑을 더 확실하게 더 애절하게 그려냈다면 좋았을 것을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삼각관계는 그저 나를 불편하게끔 만들었다.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어찌 이리 아쉬움이 남더란 말인가..